개별 펀드 규모도 커졌다. 하나의 펀드에 운용 역량을 집중하는 ‘원 펀드’ 전략으로 유명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국내 벤처투자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대 펀드를 결성한 데 이어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가 각각 3000억원대 펀드를 결성했다.
지난해까지 총 60개가 결성된 1000억원 이상 벤처펀드 가운데 60% 이상인 37개가 2018년 이후 3년 내에 결성됐다. 정부가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 산업은행·한국성장금융(성장사다리펀드)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매년 2조원에 육박하는 정책자금을 투입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벤처펀드의 대형화로 국내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스케일업 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유니콘 기업 탄생에 국내 벤처캐피털(VC)이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세컨더리 투자나 유망 기업을 초기부터 후기까지 육성하는 팔로온 투자(후속 투자), 좁은 국내 시장의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외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투자파트너스가 결성한 3500억원 규모의 ‘한국투자바이오글로벌펀드’는 글로벌 바이오 벤처에 집중 투자한다. 3100억원 규모인 LB인베스트먼트의 ‘넥스트유니콘펀드’는 유망 기업에 대한 후속 투자로 기업 가치를 키우는 스케일업이 핵심 전략이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대규모 펀드 자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려면 더욱 고도화된 전략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대형 펀드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벤처투자 업계도 한 단계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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